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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누가 전미르에게 돌을 던지랴...신인 투수가 5연패 기로·1점 승부서 첫 주자라니 [IS 포커스]

롯데 자이언츠는 1일 부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또 불펜이 무너진 뒤 만회하지 못하며 3-6으로 패했다. 올 시즌 10번째 역전패. 10개 구단 중 최다 기록이다. 타선 공격력은 여전히 답답했다. 1군에서 20이닝도 소화하지 않은 신예 투수 이종민을 공략하지 못해 4회까지 무득점에 그쳤다.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야수 실책, 선두 타자 안타 등 출루는 많이 했다. 적시타가 나오지 않았다. 올 시즌 내내 드러낸 고질적 문제다. 에이스 박세웅은 5회 초까지 무실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다했다. 타선 득점 지원이 부족한 상황, 5연패를 막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겨내며 호투했다. 타선은 5회 간신히 1점을 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윤동희가 볼넷, 정훈이 진루타, 빅터 레이예스가 좌전 적시타를 쳤다. 스코어 1-0 리드. 박세웅도 무실점을 완성했다. 6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주환, 송성문, 이원석에게 연속 3안타를 맞고 만루 위기에 놓였지만, 젊은 야수 변상권에게 병살타(2루수-유격수-1루수)를 유도했다. 박세웅의 승리 투수 요건 지워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7회 초 수비 시작과 동시에 신인 우완 투수 전미르(19)를 마운드에 올렸다. 최준용과 함께 3홀드를 기록하며 현재 필승조 역할을 하고 있는 투수다. 포심 패스트볼(직구)-커브 조합으로 경쟁력을 증명했다. 전미르는 무너졌다. 선두 타자 김재현에게 유격수 맞고 외야로 흘러 2루 진루까지 허용하는 안타를 맞았고, 후속 김휘집에게 던진 5구째 높은 직구가 통타당하며 좌중간 동점 적시 2루타를 맞았다. 이용규 상대로 폭투를 범하며 김휘집의 3루 진루를 허용했고, 이용규에겐 볼넷을 내주며 대량 실점 조짐을 보였다. 로니 도슨에게 초구 커브를 보여준 뒤 직구 승부를 하다가 중전 역전 적시타까지 맞았다. 결국 전미르는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가 남긴 기출루자는 구원 투수 임준섭이 연속 볼넷, 김상수가 내야 타점을 허용하며 모두 홈을 밟았다. 롯데는 7회만 5점을 내줬고, 8회 1점 더 허용했다. 뒤늦은 추격은 소모전이었다. 3-6으로 패했다. 롯데 프랜차이즈 최다 홀드를 기록한 구승민은 이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미 한차례 2군에서 재정비 시간을 가졌지만 소용없었다. 제 공을 던지지 못했다. 단일시즌 최다 홀드(40개) 기록을 갖고 있는 김상수는 전미르보다 순번이 밀린 모양새다. 최준용은 8회, 마무리 투수 김원중은 9회 투입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직 신인인 전미르가 1점 차 승부 7회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사실 새삼스러운 마운드 운영은 아니다. 신인 투수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쌓은 점. 롯데 미래를 생각하면 큰 수확이다. 애써 의미를 부여하면 그렇다. 현재 롯데는 젊은 선수에게 경험을 부여하려는 의도보다, 눈앞 승리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신인 투수를 필승조 첫 주자로 써야 할만큼 불펜 전력이 약하다. 이게 현재 롯데의 현실이다. 전미르는 최근 등판한 3경기 모두 안타 2개 이상 맞았다. 직구-커브 위주의 공 배합 등 여러 가지로 분석이 이뤄진 것 같다. 자신의 투구만 집중해도 버거운 '순수' 신인 투수가 팀 3~4연패 상황에서 1점을 막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승리 확률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기에 틀렸다고 할 순 없다. 사령탑도 미안해 하는 부분이다. 전미르를 비난할 순 없을 것 같다. 숫자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그 어떤 신인보다 험난한 행보를 하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5.02 06:09
산업

'AI 수혜주 또 있다' 반도체 외 전력기기 업체들 각광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3사가 인공지능(AI) 수혜주로 각광받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북미를 중심으로 전력 인프라 투자가 크게 확대되는 가운데 AI의 부상으로 주요 기업들의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를 크게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력기기 생산 기업이 역대급 호황을 누릴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도체 외 AI 수혜주로 전력기기 기업들도 주목을 받고 있는 셈이다. ‘국내 전력기기 톱3’인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의 올해 영업이익은 크게 상승할 전망이다.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HD현대일렉트릭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1.8% 증가한 4468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전년보다 48.7% 증가한 3832억원, LS일렉트릭은 2.6% 증가한 333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력기기 산업은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 도래에 따른 고용량 전력망 수요 급증,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관련한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 중동 국가들의 대규모 전력망 프로젝트 추진 등에 힘입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만큼 호황기를 맞고 있다는 평이다.국내 1위인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미국·유럽·사우디 등에서 전력기기 공급계약을 연이어 따내고 있다. 이와 같은 수주 행진에 힘입어 작년 말 기준 수주잔고가 5조378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도 각 3조7180억원, 2조3260억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다. 무엇보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전력기기 업계의 호황을 한층 더 끌어올릴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AI 시스템을 가동하려면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1750억개의 매개변수가 있는 AI 챗GPT-3 모델을 한 번 학습시키는 데 필요한 전력은 시간당 1.3GW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에서 1분간 소비하는 전력 총량과 맞먹는다. 이뿐 아니라 검색 작업을 수행하는 데도 AI가 일반 검색 대비 5배가량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하고, 실시간으로 서버를 냉각하는 시스템에도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업계에서는 AI 서버 적용으로 2023∼2028년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연평균 전력 수요 증가율이 26~36%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4.16 06:30
IT

SKT, AI 데이터센터 액체로 녹인다…핵심 기술 파트너십 체결

SK텔레콤이 미래형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DC)의 '에너지 효율화'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했다.SK텔레콤은 SK엔무브, 글로벌 액체 냉각 전문 기업 아이소톱과 차세대 냉각 기술 및 솔루션 분야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액체 냉각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냉각유를 활용해 데이터센터 내 서버를 식히는 방식이다. 공기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보다 전력 소모 및 운영 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다.협약 참여 회사들은 다양한 기술 협력을 진행할 계획이다.우선 SK텔레콤의 AI 서버를 SK엔무브 냉각유를 탑재한 아이소톱 솔루션에 적용해 SK텔레콤 AI 데이터센터에 테스트베드를 조성한다.또 AI 서비스 운영 환경 속 액체 냉각 기술의 효용성을 분석하고, SK텔레콤이 개발 중인 액체 냉각 시스템 '통합 CDU(냉각분배장치)' 고도화에 협력할 방침이다.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 내부의 온도와 전력 부하 데이터 등을 분석·예측하는 것은 물론, 냉매 공급 온도와 유량 등을 제어해 효율적 운영을 돕는 AI 자동 냉각 제어시스템 개발도 추진한다.이종민 SK텔레콤 미래R&D 담당은 "향후 SK 관계사 및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사의 역량을 결집해 패키지화한 글로벌 AI 솔루션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02.28 16:07
IT

SKT-NTT도코모, '5G·6G 핵심' 가상화 기지국 기술 백서 발간

SK텔레콤은 일본 통신 기업 NTT도코모와 가상화 기지국 도입 과정에서 통신 사업자가 요구하는 사항을 담은 기술 백서를 공동으로 발간했다고 20일 밝혔다.가상화 기지국은 5G 고도화와 6G 표준 수립 과정에서 필수적인 기술이다.기지국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조사가 일치할 필요 없이 범용 서버에 필요 소프트웨어만 설치해도 구현 가능하다. 다만 기존 기지국 대비 용량·소모 전력 등 영역에서 성능 개선이 필요하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이번 백서는 사업자 관점에서 고민한 가상화 기지국의 핵심 고려사항들을 오픈랜 생태계 내 다양한 글로벌 제조사 및 사업자들에게 공유해 향후 기술 진화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백서에는 하드웨어 가속기 기술 진화, 가상화 특화 기술 개발, 전력 절감 기술 개발, 가상화 기지국 구성 요소 사이의 통합 개선, 6G 네트워크로의 진화에 대한 고려 등 내용이 담겼다.양사는 가상화 기지국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하드웨어 가속기 기술이 가속기 내장형 CPU(중앙처리장치), 인라인 가속기 등 여러 방향으로 발전하며 가상화 기지국의 셀 용량 및 소모 전력을 개선할 것으로 전망했다.SK텔레콤과 NTT도코모는 곧 열리는 글로벌 모바일 전시회 MWC 2024에서 이번 백서에 담긴 내용을 기반으로 글로벌 오픈랜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02.20 16:58
국가대표

'제로 엔딩'으로 끝나버린 클린스만의 악수들

허망한 탈락이었다.64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던 클린스만호의 여정이 4강(준결승)에서 끝났다. 지난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4강에서 요르단에 0-2로 완패한 결과다.우승의 한을 풀 적기라는 기대감이 컸기에 실망감도 컸다. 이번 대표팀은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필두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역대 최고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외신들이 한국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았던 가장 큰 배경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도, 선수들도 우승을 자신했던 이유이기도 했다.그러나 결과는 ‘제로 엔딩’이었다. 우승이라는 목표는 우승컵 없이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났고, 특히 4강 요르단전에서는 무득점에 유효슈팅 0개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남았다. 대회 전반을 돌아보면 결국은 ‘예견된 참사’라는 평가다. 대회 기간 내내 악수(惡手)에 악수만을 더했던 클린스만 감독의 책임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최종 엔트리부터 ‘실패’최종 엔트리 구성 단계부터 꼬였다. 이번 대회 엔트리는 23명에서 26명으로 확대됐다. 체력 소모가 큰 포지션을 중심으로 여유 있는 선수 선발이 가능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확대된 엔트리를 어린 선수들을 위한 경험의 장으로 활용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제대로 시험대조차 오르지 못했던 이들이 돌연 아시안컵 일원이 됐다.부임 후 선수 풀을 넓히는 대신 플랜 A만을 강조했으니, 26명을 정예로 꾸리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소속팀에서 기회를 받지 못하던 선수가 승선하거나, 4강까지 치르는 여정 동안 1분도 뛰지 못한 선수가 5명이나 됐던 건 선수 운영 폭이 매우 좁았다는 뜻이었다.그 여파는 고스란히 대회 기간 내내 변수가 됐다. 추가 발탁 없이 4명으로만 구성된 측면 수비는 부진·부상 악재에 흔들렸다. 황의조가 불법 촬영 혐의로 제외된 뒤에도 추가 공격수를 발탁하지 않은 건 조규성(미트윌란)의 거듭된 부진에 적절히 대처할 수 없었던 원인이 됐다. 전술적 패착 반복에 '부상 미스터리'고집에 가까웠던 클린스만 감독의 선발 라인업과 거듭된 패착도 문제였다. 대회 초반엔 측면 수비수 이기제(수원 삼성)가 부진한 경기력에도 2경기 연속 선발 기회를 받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규성은 대회 기간 내내 경기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데도 6경기 중 4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그가 유일하게 골을 넣은 경기는 후반 조커로 나선 경기였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 파격적인 스리백도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그의 가장 결정적인 패착 중 하나는 조별리그 최종전 말레이시아전 최정예 가동이었다. 로테이션을 활용할 기회였는데도 사실상 최정예를 가동했다. 그 여파는 이후 토너먼트 2경기 연속 연장 승부 등과 맞물려 선수들의 체력 고갈과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다.대회 기간 내내 끊이지 않던 부상 이슈는 미스터리였다. 대회 직전 평가전에서 부상을 당한 황희찬은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김진수(전북 현대)는 아예 부상을 안은 채로 대회에 나서 초반에 계속 결장했다. 골키퍼 김승규(알샤밥)는 훈련을 하다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이후에도 이기제, 문선민(전북) 등 부상 선수들이 끊이지 않았다. 내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무전략·무전술’ 예견된 참사클린스만 감독만의 뚜렷한 전술적인 색깔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클린스만의 전술은 해줘 축구’라는 팬들의 비아냥 역시 특별한 전술이나 세부 전략 없이 오직 선수들 개개인의 역량에만 기댄다는 비판이기도 했다.실제 이번 대회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인 역량이 빛난 경기는 한 경기도 없었다. 한국이 토너먼트 16강전과 8강전에서 후반 막판 상대를 몰아쳤던 흐름은 먼저 골을 넣은 상대가 수비라인을 내린 덕분이었다. 상대를 압도하는 시원한 승리가 없다는 점, 6경기에서 무려 10실점이나 허용할 만큼 수비 조직력이 무너졌다는 점은 클린스만 감독 체제의 전술적인 완성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의미였다.상황에 따른 대처가 기민한 것도 아니었다. 답답한 경기 흐름이 이어지거나, 득점이 절실한 상황에서도 전술 변화나 교체 등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사례는 없었다. 요르단전 직후 미국 매체 ESPN은 “상대의 압박과 유연한 공격에 클린스만 감독은 아무런 해답도 찾지 못했다”고 한국팀의 경기력을 설명했다. 이번 대회 클린스만 감독의 역할을 압축한 표현이었다.김명석 기자 2024.02.08 06:03
국가대표

5명은 단 1분도 못 뛰었다…엔트리 구성·체력 관리조차 '실패' [아시안컵]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준결승)에서 탈락한 뒤 씁쓸하게 조기에 귀국한다. 대회 기간 내내 주축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도마 위에 올랐던 가운데, 5명은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누비지 못한 채 아시안컵 여정을 마쳤다. 애초에 최종 엔트리 구성부터 대회 기간 로테이션 등 체력 관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셈이다.이번 대회에서 그라운드를 밟아보지 못한 선수는 골키퍼 송범근(쇼난 벨마레)을 비롯해 김주성(FC서울) 김지수(브렌트퍼드) 이순민(대전하나시티즌) 문선민(전북 현대) 5명이었다. 김승규(알샤밥)가 훈련 중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조현우(울산 HD) 역시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누비지 못하고 돌아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골키퍼 포지션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필드 플레이어 4명이 단 1분도 출전하지 못한 건 쉬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24일간 6경기나 치른 일정, 주축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극에 달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엔트리 구성 단계부터 이미 ‘헛발질’을 한 결과다. 사실 이순민과 문선민은 아시안컵 이전에도 클린스만 감독으로부터 출전 기회를 많이 받았던 선수들은 아니었다. 이순민과 문선민 모두 지난해 10월 튀니지전이 마지막 출전, 그것도 경기 막판 투입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A매치 기간 때마다 늘 소집됐지만 정작 벤치만 지킨 뒤 소속팀으로 돌아가곤 했다. 아시안컵 이전에도, 아시안컵에서도 엔트리를 채우는 정도의 역할에 그쳐버린 셈이다.센터백 김주성과 김지수의 전 경기 결장은 더욱 안타까운 대목이다. 이번 대회는 23명에서 26명으로 엔트리가 확대됐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아시안컵 기회를 준다는 명목으로 어린 선수들을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김주성은 2000년생, 김지수는 2004년생이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정승현, 김영권(이상 울산 HD)에 박진섭(전북)까지 가세하면서 이미 센터백 가용 자원은 4명인 상황에 김주성과 김지수가 더해진 것이다.대회 내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김민재를 중심으로 김영권 또는 정승현을 파트너로 활용하고, 박진섭을 후반 교체로 투입하는 일종의 루틴을 유지했다. 김주성과 김지수는 그저 벤치에 앉아 경기를 보거나 23명 경기 엔트리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센터백 ‘포화’는 단 4명만 소집돼 대회 내내 부상·부진 이슈로 흔들렸던 풀백 포지션과 더욱 비교됐다. 센터백 자원을 줄이고 풀백 포지션을 여유 있게 뽑지 않은 여파는 설영우의 혹사 수준의 출전 등으로 이어졌다. 결국 최종 엔트리 구성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꾸려졌다는 뜻이다. 이는 부임 후 적극적인 실험 등 선수풀을 넓히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것과 큰 연관이 있다. 26명으로 늘어난 엔트리에 뜬금없이 어린 선수를 소집한 것, 그저 엔트리를 채우는 정도의 역할에 그친 선수들이 적지 않았던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 후 1년 가까이 선수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국 26명의 엔트리를 전부 ‘활용 가능한’ 선수로 꾸리지 못한 것이다. 재택·외유 논란 속 K리그를 등한시했던 것과도 관련이 있다.설상가상 대회 기간조차 다양하게 선수를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중원 포지션은 대회 기간 내내 흔들렸는데도 이순민에겐 끝내 외면을 받았다. 매 경기 선제 실점을 하면서 공격에 힘을 줘야 하는 상황이 많았는데도 문선민은 끝내 출전하지 못했다. 적절한 로테이션이 필요했던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사실상 최정예 라인업을 가동한 패착도 선수들을 다양하게 활용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가 됐다.비단 단 1분도 뛰지 못한 선수뿐만이 아니다. 부상을 안은 채 대회에 참가하긴 했으나 김진수(전북)는 말레이시아전 이후 부상 여파가 없었는데도 토너먼트 내내 벤치만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조규성(미트윌란)의 부진한 경기력에도 오현규(셀틱)는 교체로만 3경기에 나섰다. 호주전에서 교체로 출전해 깜짝 존재감을 보여줬던 양현준(셀틱)의 활용 시점도 너무 늦어버렸다.손흥민은 단 1분도 쉬지 못했고, 이강인도 호주전 연장 추가시간에나 교체로 빠졌을 뿐 사실상 풀타임을 소화할 만큼 주축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큰 대회였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와의 토너먼트 2연전에서 모두 연장 승부를 펼치는 바람에 그 여파는 요르단과 4강전에서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 원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 전 엔트리 구성부터 제대로 하지 못했고, 개막 후엔 전술적인 역량 부족은 물론 선수 활용마저 제대로 하지 못한 셈이 됐다. 결과는 역대 최고 전력으로도 허망한 4강 탈락, 64년 만의 우승 도전 무산이었다.김명석 기자 2024.02.07 20:53
국가대표

아시아 'TOP4' 절반만 살아남는다…한국-호주, 이란-일본 ‘빅뱅’(종합)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대진이 확정됐다. 대한민국과 호주, 이란, 일본 등 이른바 ‘아시아 톱4’가 모두 생존했다. 다만 4개 팀이 서로 8강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톱4 가운데 절반만 4강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다.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대회 16강 토너먼트는 1일 이란과 시리아의 맞대결을 끝으로 모두 막을 내렸다. 이란은 승부차기 끝에 시리아를 꺾고 8강행 막차를 탔다. 이로써 8강 대진도 모두 꾸려졌다. 타지키스탄과 요르단의 맞대결을 시작으로 한국과 호주, 이란과 일본, 카타르와 우즈베키스탄이 각각 격돌한다.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아시아 톱4에 올라 있는 팀들은 이변 없이 모두 8강에 올랐다. 일본(17위)을 비롯해 이란(21위) 한국(23위) 호주(25위)가 진출했다. 이 4개 팀은 대회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들로 꼽혔는데, 아직까진 탈락의 쓴맛을 본 팀은 없다. 다만 8강 토너먼트에선 4개 팀 중 절반만 살아남게 됐다.한국과 호주의 운명이 먼저 결정된다. 오는 3일 오전 0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8강 맞대결을 펼친다. 앞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승부차기 혈투 끝에 누르고 8강에 올랐다. 호주는 신태용 감독이 이끈 인도네시아를 4-0으로 대파했다. 한국은 8회 연속, 호주는 AFC 편입 이후 5회 연속 8강 진출이다.최대 관건은 체력이다. 현지시간 기준 호주는 지난달 28일 오후 2시 30분, 한국은 30일 오후 7시에 16강전을 각각 치렀다. 한국이 이틀 이상 덜 쉬고 8강 맞대결을 펼치는 셈이다. 설상가상 사우디와 16강에서 연장 혈투를 벌인 탓에 체력 소모가 더 컸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한국이 체력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한국 입장에선 지난 2015년 대회의 설욕 기회이기도 하다. 당시 조별리그에서도 호주와 같은 조에 속했던 한국은 조별리그에선 1-0 승리를 거뒀으나, 결승에서 성사된 재대결에선 연장 혈투 끝에 1-2로 져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9년 만에 아시안컵 무대에서 다시 만나는 호주를 상대로 이번엔 설욕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이란과 일본도 3일 오후 8시 30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8강 빅매치를 치른다. FIFA 랭킹 아시아 1, 2위 팀들 간 대결이다. 이란은 16강에서 시리아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가까스로 올랐다. 일본은 바레인을 3-1로 제압했다. 이란은 8회, 일본은 9회 연속 아시안컵 8강 진출이다.일본보다 더 늦게 경기를 치른 데다 연장전까지 소화한 만큼 이란이 체력적으로는 열세다. 다만 앞선 한국-호주와 달리 이란과 일본 모두 같은 날 16강전을 치른 만큼 그 차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8강에서 퇴장 당한 간판 메흐디 타레미의 결장이 변수다. 타레미는 시리아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이란과 일본이 아시안컵을 무대로 맞대결을 펼치는 건 2019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이다. 5년 전엔 4강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쳤는데, 당시엔 일본이 이란에 3-0 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오른 바 있다.아시아 톱4의 맞대결 속 다른 8강 대진은 타지키스탄과 요르단, 카타르와 우즈베키스탄의 맞대결로 각각 펼쳐진다.한국-호주전 승리 팀이 격돌하게 될 타지키스탄과 요르단은 대회 8강전의 서막을 올린다. 오는 2일 오후 8시 30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이 무대다.FIFA 랭킹 106위 타지키스탄은 앞서 16강에서 아랍에미리트(UAE)에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뒀다. 아시안컵 첫 본선 출전 무대에서 8강까지 올랐다. 87위 요르단은 이라크의 세리머니 퇴장 논란 속 3-2 대역전승을 거두고 12년 만에 8강에 진출했다. 객관적인 전력은 요르단이 근소하게 앞서지만 타지키스탄의 돌풍이 변수다.개최국이자 디펜딩 챔피언 카타르는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 마지막을 장식한다. 오는 4일 오전 0시 30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FIFA 랭킹 58위 카타르는 지난 16강에서 팔레스타인을 2-1로 꺾고 8강에 올랐다. 조별리그 포함 4연승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68위 우즈베키스탄은 태국을 2-1로 제압했다. 조별리그에서 1승 2무로 다소 주춤했으나 토너먼트에서 기세를 이어가는 중이다.4강 진출팀이 결정되면 곧바로 준결승 여정이 시작된다. 한국-호주전 승리팀과 타지키스탄-요르단전 승리팀이 7일 오전 0시에, 이란-일본전 승리팀과 카타르-우즈베키스탄전 승리팀이 8일 오전 0시에 각각 격돌한다. 대망의 결승전은 11일 오전 0시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다.김명석 기자 2024.02.01 09:03
국가대표

호주와 8강전, 체력 회복이 제1과제...경고 누적 결장자 없지만 카드 관리 필수 [아시안컵]

한국 축구대표팀이 3일 오전 0시30분(한국시간)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호주를 만난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부터 16강전까지 내내 평탄하지 않은 여정을 거쳤다. 토너먼트에서 분위기 전환의 분수령이 될 8강전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호주전을 앞두고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불안 요소는 체력이다. 호주는 지난달 28일 가장 먼저 16강전을 치러 인도네시아를 4-0으로 완파하고 8강에 안착했다. 31일 오전 1시 경기를 치른 한국보다 휴식 시간이 만 이틀이나 더 있다. 게다가 한국은 16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연장 풀타임 접전을 치러 호주에 비해 체력 소모가 훨씬 더 컸다. 따라서 호주전을 앞둔 한국의 가장 큰 과제는 체력 회복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은 "조 1위를 해서 이런 일정을 피하고 싶었다. 조 1위를 못 했으니 이제 감당해야 한다"면서도 "남은 시간이 적지는 않다.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긴 시간이다. 오늘 승리가 팀 분위기에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두 번째 불안 요소는 이번 대회 한국의 가장 큰 약점인 수비다. 호주는 조별리그와 16강전에서 8골을 넣었다. 한국(9골) 만큼이나 득점 기록이 좋은데 실점은 1실점에 불과하다. 한국은 4경기에서 7실점했다. 2015년 아시안컵 우승팀 호주의 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이번 대회 공수 밸런스가 가장 돋보이는 팀도 호주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한국이 조별리그부터 대량의 옐로카드를 받고도, 8강전에 카드 누적 때문에 결장하는 선수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조별리그와 16강전 4경기를 치르는 동안 무려 10명의 선수가 옐로카드를 받았다. 바레인전 5명(박용우 김민재 이기제 조규성 손흥민)-요르단전 2명(황인범 오현규)-말레이시아전 1명(이재성)-사우디아라비아전 2명(김영권 이강인)이 나왔다. 대회 첫 경기부터 불안했던 ‘경고 트러블’을 8강전까지 경고 누적 결장자 없이 끌고 온 건 다행이지만, 8강전에서 추가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어 경계해야 한다. 4강전부터는 그동안 받았던 옐로카드 한 장의 기록이 사라지지만, 이미 한 장을 받은 선수가 8강전에서 추가 카드를 받을 경우에는 4강전에 나설 수 없다. 특히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김영권(울산 HD), 주장으로서 정신적인 지주이자 공격 진영을 지휘하는 손흥민(토트넘), 창의적인 패스를 주도하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결장한다면 그 공백은 치명적이다. 한국의 긍정 요소도 물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힘겨운 승리를 따내면서 팀 분위기가 한층 탄력을 받았다는 것이다. 토너먼트를 치를수록 선수들이 끈끈하게 하나로 뭉치는 모습이 확연하고, 공격에서 좀체 물꼬를 트지 못하던 조규성(미트윌란)이 헤딩으로 필드골을 신고한 것도 공격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게 한다. 이은경 기자 2024.01.31 14:10
프로야구

영국의 귀족 스포츠 폴로, 조선에서 먼저 시작했다고?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동남아시아의 산유국 브루나이에서 세간의 주목을 끄는 초호화 결혼식이 열렸다. 지난 7일부터 열흘간 열린 결혼식의 주인공은 볼키아 국왕의 넷째 아들 압둘 마틴 왕자였다. 그는 왕위 계승 서열 6위이기 때문에, 국왕이 될 가능성은 작다. 그럼에도 결혼 피로연이 열리는 14일에는 영국의 윌리엄 왕세자 부부 등 정상급 귀빈들이 참석했다. 마틴은 영국의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고, 킹스칼리지 런던대와 소아스(SOAS) 런던대에서 학사, 석사를 받은 인재다. 잘생긴 외모로도 유명한 그는 폴로 국가대표로 동남아시아 경기대회에서 동메달을 2개 획득한 스포츠맨이다. 말을 탄 채 ‘말렛(mallet)’이라고 불리는 스틱을 들고 작고 단단한 공을 사용하는 폴로는 국내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스포츠다. 다만 미국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랄프 로렌의 폴로 브랜드 로고 때문에 폴로라는 스포츠 자체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알려져 있다. 폴로 경기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우선 폴로를 처음 본 관중은 엄청나게 큰 경기장에 놀란다. 크기가 270x150m로, 축구장 6개를 합친 면적과 비슷하다. 각 팀은 4명의 선수로 구성된다. 이들의 키트에는 1~4번의 번호가 쓰여 있는데, 번호로 팀에서 그의 포지션을 알 수 있다. 1번은 축구의 스트라이커에 해당하는 공격수이고, 4번은 수비수이다. 가장 유능하고 경험이 많은 선수가 2, 3번을 단다. 2번은 1번 선수의 공격을 지원하고, 수비적인 역할도 담당한다. 3번은 팀의 에이스이자 필드의 사령관이다. 미식축구의 쿼터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이렇게 팀은 공격수와 수비수로 구성되지만, 필요에 따라 선수들은 포지션을 변경할 수 있다. 여러분이 번호가 새겨진 폴로셔츠를 갖고 있다면, 이를 확인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에이스의 번호인 3번이 보통 폴로 매장에서는 가장 많이 보인다. 폴로는 ‘처커(chukker)’라고 불리는 세트(7분)로 나뉘어 벌어진다. 경기에 따라 4~6번의 처커가 펼쳐진다. 처커 사이에는 3분의 휴식 시간이 있고, 하프 타임은 15분이다. 폴로에는 왕, 왕족을 포함한 관객들이 참여하는 ‘디보트 스톰핑(Divot Stomping)’이라는 유명한 전통이 있다. 경기 중 필드의 잔디는 말발굽에 의해 손상되므로, 하프 타임 때 관객들이 나와 필드를 발로 매끄럽게 다지는 것이다. 보통 샴페인 잔을 든 관객들은 필드에서 발을 맘껏 구르며 사교 활동을 펼친다. 전통적으로 폴로는 왕, 왕족, 상류층의 점유물이었다. 폴로가 ‘왕들의 스포츠(Sport of Kings)’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가진 자들만의 스포츠답게 폴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경기 중 ‘폴로 포니(polo pony, 폴로를 위해 특별히 조련한 말)’는 최대 시속 56㎞로 달리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따라서 경기 중 포니의 교체는 필수다. 경기당 선수 한 명이 최소 2~3마리의 포니가 필요하고, 엘리트 레벨의 폴로 경기는 선수 한 명이 보통 8마리의 포니를 갖고 있다. 게다가 말을 돌볼 전문가와 수의사, 경기장 확보와 토너먼트 운영에도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폴로는 꽤 위험한 스포츠이다. 질주하는 말을 탄 선수는 상대방과의 접촉으로 인해 낙마할 때도 있다. 게다가 추락한 선수는 추가로 말에 밟히거나 차일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골절, 뇌진탕, 심지어는 사망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폴로는 포니에게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힐 수 있다. 시속 145㎞로 날아가는 공을 눈에 맞아 실명한 포니도 있다. 또한 포니는 전력 질주에 이어 급정거나 회전을 할 때 다리가 골절될 때도 있다. 다리가 부러진 말은 회복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보통 안락사로 이어진다. 폴로는 BC 6세기~AD 1세기에 페르시아제국에서 기병들을 위한 훈련과 스포츠 목적으로 시작됐다. 그 후 폴로는 인도로 전파됐고, 19세기 인도에 주둔하던 영국 군대는 이를 처음 접했다. 영국군은 그들의 용도에 맞게 폴로를 각색하여 기병대 훈련으로 사용했다.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폴로 경기의 규칙이 제정됐고 유럽 대륙, 미국과 남미 등으로 퍼져 나갔다.흥미로운 점은 고대 폴로가 중앙아시아와 당나라를 거쳐 고구려, 신라에도 전파됐다는 것이다. 고대 폴로는 격구란 이름으로 고려시대 때는 귀족들의 스포츠였다. 조선시대에는 격구가 과거 시험의 하나인 무과의 최종 시험 과목이었다. 1392년 조선 건국 후 여진족과의 마찰에 태조 이성계가 최우선으로 육성한 부대가 기병이었다. 당시 기마병은 격구를 통해 전술 훈련을 가장 효과적으로 익혔다고 한다. 용비어천가 44장에도 이성계의 놀라운 격구 실력이 묘사될 정도로 격구는 당시 기마병의 특수 무예였다. 격구를 하기 위해서는 역시나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뛰어난 말과 안장이 필수 요소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위를 자랑하기 위해 말과 안장을 귀금속과 최고급 비단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해, 과소비의 온상으로 비난이 제기된 적도 있다. 이에 대신들은 어전회의에서 격구가 너무 사치스러우니, 폐지하자는 주장을 건의했다. 하지만 당시 임금이었던 세종은 “무예를 익히는 데는 격구가 최고”라며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서양의 폴로보다 격구가 우수하다는 주장도 있다. 폴로는 말렛으로 공을 치고, 쫓아가서 또 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에 반해 격구는 공을 칠 뿐만 아니라, 스틱 끝에 숟가락같이 생긴 곳에 공을 담아 이리저리 휘두르는 등 폴로보다 훨씬 화려하고 어려운 기술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격구가 벌어지면 많은 백성들이 구경할 정도로 조선 최고의 군대 스포츠였다.이러한 격구가 화약무기가 등장하면서 무예 시험에서 제외된다. 조선 기병을 대표하는 격구는 이렇게 사라졌다. 폴로는 올림픽 정식종목을 거쳐 현재 16개국의 프로스포츠이다. 그에 비해 폴로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이 즐겼던 격구를 알고 있는 현대의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4.01.19 15:00
산업

애플 고의 성능저하, 국내 첫 인정...소비자에 7만원씩 지급 판결

애플의 ‘고의 성능저하’ 의혹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받아들여졌다. 아이폰 운영체제(iOS)를 업데이트하면서 기기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내 소비자들의 공동 손해배상을 최초로 인정한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12-3부는 6일 소비자 7명이 애플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애플이 각 원고에게 7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1심에서는 병합된 사건들까지 총 6만2000여명이 소송을 내 패소한 바 있다. 이들 중 7명이 항소해 이날 승소 결과를 받았다.재판부는 "비록 업데이트가 기기 전원 꺼짐을 방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해도 중앙처리장치(CPU) 등의 성능을 제한했다"며 "애플은 구매자가 업데이트 설치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충분히 설명할 고지 의무가 있었는데 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그러면서 "소비자들은 선택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봤다"며 애플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1심에서는 "(아이폰의) 성능조절 기능이 반드시 사용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거나 불편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애플의 ‘고의 성능저하’ 사건은 지난 2017년 12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부 소비자가 아이폰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한 뒤 성능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고 주장하며 시작된 바 있다.국내 소비자들은 2018년 "문제의 업데이트를 설치해 아이폰 성능이 저하되는 손상을 입었다"며 1인당 2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논란이 확산하자 애플은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면 스마트폰이 갑자기 꺼질 수 있어 속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전력 소모량을 줄였다며 사실상 성능 저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다만 새 제품 구매를 유도하려는 조치는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후 전 세계에서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이 잇따랐다. 미국에서는 2020년 3월 애플이 구형 아이폰 사용자 한 명당 25달러를 주기로 합의했다. 총 합의금이 최대 5억 달러(약 6000억원)에 달한다. 해당 소송의 적용 기기는 아이폰6, 아이폰6s, 아이폰6플러스, 아이폰7 등이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12.0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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